이곳 멜버른 시내에는 유명한 차(茶) 판매점이 있다. 바로 T2인데, 이곳에서는 형형색색의 다양한 패턴을 가진 멋진 찻잔을 구입할 수 있고, 직접 여러 종류의 차(茶)를 시음해볼 수 있다. 매장에 들어서자마자 향긋하고 기분 좋은 향이 느껴졌고 화려한 찻잔들에 눈을 떼기 어려웠다. 평소에 식기류에 관심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이곳의 찻잔들은 정말 집에 들여놓고 싶었다. 아래 링크에서 보다 많은 제품들을 구경할 수 있다.
찻잔이 전체적으로 화려한 편이다블루와 블랙계열 찻잔에메랄드 그린계열 찻잔핑크핑크해서 아기자기한 환경에 잘 어울릴 것 같다
한편에는 이런 식으로 각종 찻잎이 진열되어 있는데 직접 향을 맡아보고 만져볼 수 있다. 직원들도 굉장히 친절해서 둘러보고 있으면 "How are you?, May I help you?"하면서 적극적으로 응대해 준다. 그냥 구경만 한다고 해도 싱긋 웃어주니 기회가 되면 한 번 방문해보는 것을 추천한다.
시드니 공항에 도착해서 Satoshi를 만났다. 멜버른에서 같이 살 때는 매일 보던 사이라 특별할 것이 없어 보였는데 시드니에서 보니 이곳에서 일하고 있는 Satoshi가 더 반갑고, 왠지 대단하게 느껴졌다. 어디가 어딘지 모르는 상황에 도와줄 친구가 있다는 것은 참 감사한 일이다. 자기가 자주 가는 맛집이 있다길래 그곳에서 저녁을 먹었다. 내가 배가 고파서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정말 맛있었다. 종업원들도 친절했고.
어디였는지는 잘 기억이 나지 않지만 꽤 유명한 쇼핑몰이라고 했다. 저녁 늦게 간 탓에 상점은 다 닫혀있었고, 쇼핑몰 내부를 구경하러 온 관광객 몇 명만 있었다.
TV로만 보던 오페라하우스를 직접 보니 느낌이 묘했다. 가까이서 보니 생각보다 거대했고, 꽤 오래된 티가 났다. 일부가 통유리로 되어있어 내부를 엿볼 수 있었는데, 돈 좀 있는 사람들이 갈법한 고급진 분위기의 식당도 있었다. 쩝하고 입맛만 다시고 주변을 둘러보았다. 근처에 음식점이 즐비했고, 시원한 바닷바람을 벗 삼아 걷는 사람들도 많았다.
혼자서 여기저기 구경하다 보니 어느새 나 혼자만 남게 되었다. 여유롭게 사진도 더 찍고 산책도 하다가 들어가고 싶었지만 몸이 피곤해서 일정을 보고 다시 오기로 했다.
많은 고민끝에 멜버른 생활을 정리하기로 했다. 체류하는 동안 이것저것 사느라 짐이 늘어버려서 대용량 백팩을 추가로 구입했다. 그래도 짐이 너무 많아서 일부는 국재택배를 통해서 집으로 보냈다. 나름 최대한 줄인다고 노력한 것 같은데, 그러고도 캐리어 무게가 24kg, 백백 무게도 10kg는 거뜬히 넘었던 것 같다.
막상 떠나는 당일이 되니 많이 아쉽게 느껴졌다. 구름 한 점 없는 맑은 하늘을 보며 멜버른에서의 기억들을 천천히 되뇌어 본다. 멜버른에 처음 도착한 날을 비롯해 이곳에서 보낸 모든 시간들을 생생하게 떠올릴 수 있었다. 그간 이 도시와 정이 많이 들었는지 살짝 울컥한 감정이 올라왔다. 정든 무언가와 멀어진다는 것은 언제나 적응하기 어렵고 아쉬운 일인 것 같다. 언젠가 꼭 다시 오리라 다짐하며 시드니로 향해본다.
멜버른에서는 매년 Australian Open이라는 테니스 대회가 열린다. 테니스 4대 메이저 대회 중 하나로 멜버른에서 큰 축제 중 하나라고 한다. 저 넓은 테니스 경기장에서 단 두 선수만 경기를 치루는데, 라켓을 휘두를 때마다 선수들이 내뿜는 에너지가 고스란히 느껴진다. 테니스가 이렇게 멋있고 재미있는 스포츠라는 것을 이번에 처음 알았다. 물론 나는 테니스의 규칙도 모르고 쳐본 적도 없었기 때문에 중간중간 인터넷으로 규칙을 찾아보며 관람했지만. ㅎㅎ
밖에 비가 내려서 실내 스타디움으로 들어왔는데 운좋게 나달의 경기를 볼 수 있었다. 밖에서 본 경기는 여성 단식이었고, 남성 단식 경기는 또 다른 재미가 있었다. 일단 공의 스피드가 다르기 때문에 박진감이 넘친다. 신사 스포츠라 그런지 경기도중에는 그 누구도 이야기를 하지 않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단전에서부터 힘을 끌어올려 공을 있는 힘껏 쳐내며 선수들이 내뱉는 숨소리만이 울려 퍼지니 경기를 지켜보는 내내 공에서 눈을 뗄 수 없었다.
이날은 정현선수과와 조코비치 선수의 경기가 있었던 날이다. 정현선수가 조코비치 선수를 꺽고 8강에 진출했을 때, 가슴 속이 뜨거워지는 것을 느꼈다. 타지에서 한국선수가 우수한 경기력으로 화제가 되는 것을 보니 감동적이기까지 했다. 이날 같이 간 일본친구도 정현선수를 인정하며 대단하다고 했을 때는 한국인의 저력을 제대로 보여준 것 같아 어깨가 우뚝 솟기도 했다.
멜버른에서 새해 맞이를 위한 카운트다운 행사가 도심 곳곳에서 열렸다. 365일마다 어김없이 반복되는 일이지만, 해외에서 맞이한 새해는 조금 색다른 느낌이다. 이윽고 카운트다운과 함께 새해를 알리는 폭죽이 터지고 다 함께 "Happy New Year!"를 외치는 순간, 한 데 모여 한 해의 마지막 날을 함께한 누군지도 모르는 옆 사람에게도 반갑게 새해 인사를 건네본다.
집 근처 공원에서는 스테이지를 설치해 더 신나게 새해를 맞이하고 있었다. 폭죽만으로는 만족하지 못하는 꽤 많은 사람들이 공원에 모여 EDM에 맞춰 여운을 즐기고 있는 듯했다.
이곳의 생활에 어느 정도 익숙해졌을 때 즈음, 나의 활동 반경은 급격히 줄어들었다. 피부색이 다른 외국인, 한글이 아닌 영문 간판, 원화가 아닌 달러 화폐의 사용 등과 같은 것들은 내게 더 이상 새롭지 않았고, '이 도시는 이제 눈을 감고도 돌아다닐 수 있다'는 생각이 들 만큼 강한 타성에 젖어 단조로운 생활패턴을 가지게 되었기 때문이다. 일종의 매너리즘에 빠졌던 것 같다. 그럴 때는 일부러 라도 평소에 가보지 못했던 곳을 찾아가 본다. 새로운 곳을 가보면 문득 색다른 아이디어가 떠오를 수도 있고, 또 무료한 생활에 작은 변화를 줄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다. 그냥 나가보는 거다. 예상 밖의 좋은 장소를 발견할 수 있을지도 모르니까 말이다.
계획 없이 돌아다니다 파티 샵을 발견했다. 각종 코스튬 의복과 파티 용품들이 걸려있다.(한국에서도 구입할 수 있는 물건들이겠지만, 이렇게 오프라인 매장이 따로 있는 경우는 못 본 것 같다) 길 가다 본 적은 있는 것 같은데, 한 번도 들어가 보지 못했다. 그냥 들어가 본다.
한편에는 보드게임들이 놓여 있었다. 집에 재밌는 보드게임 하나쯤 있으면 좋을 것 같아서 들었다가 놨다가 몇 번을 반복했으나, 혼자서 구입하기에는 부담스러워서 결국 사지 못했다.
오랜만에 외출인데 그냥 들어가기는 아쉬워 TARGET에 들러 아이쇼핑을 조금 더 했다.
귀가하는 길에 찍어본 골목.
쳇바퀴 굴리듯 매일 같은 것을 반복하는 것은 안정적이지만 굉장히 따분한 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의도적으로 창의적으로 생각하길 노력하고, 일생에서 작은 변화라도 만들어 보려고 한다. 가령 맨날 오른쪽 방향으로만 쳇바퀴를 돌렸다면, 왼쪽으로도 돌려보려는 식이다. 가끔은 지름길을 놔두고 일부러 멀리 돌아가는 경우도 있다. 이런 개똥철학을 가진 덕에 돌아가던 중 "젠장 괜히 멀리 돌아왔네"하며 후회를 할 때도 있다. 그래도 손해 볼 것 없는 장사다. 그냥 운동 삼아 공원 몇 바퀴 돌고 들어가는 셈 치면 된다. '로또를 사지 않으면 당첨 확률이 0% 지만, 구입하면 적어도 실낱같은 가능성이나마 존재한다'라는 말처럼 내가 생각한 것을 시도하는 것은 나름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좋아하는 문구 하나를 남기고 글을 마친다. "Done is better than perfec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