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처음부터 중국어에 지대한 관심이 있는 것은 아니었다. 학창시절에 중국어 열풍이 불면서 교과과정에 중국어 수업이 있었는데 그 때 처음 접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당시만 해도 중국어를 배우게 될 줄은 몰랐고 말을 하는 데 있어 음의 높낮이까지 신경을 써야하는 신기한 언어 정도로 생각했던 것 같다.

 

시간이 흘러 어쩌다가 보니 중국어와 연을 맺게 되었는데, 그 와중에 중국 산둥성으로 교환학생을 가게 되었다. 그리고 학교 내 기숙사의 룸메이트를 현지인으로 배정받을 수 있었다. 그때 나는 한국말 밖에 못하던 시기라 짧디짧은 영어로 "Nice to meet you" 하고 잘 부탁한다는 인사말을 건네고 나서는 대화를 이어가기 어려웠다. 그 친구도 모국어 빼고는 할 수 있는 언어가 없었기 때문에 서로 굉장히 답답했던 것이 기억난다. 그렇지만 우리는 계속 서로에 대해 알아가려고 노력했고 서로의 언어를 익히는 데 도울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 최대한 도와주었다. 

 

그렇게 사이가 점점 더 가까워졌고, 학교수업을 듣고 와서 그 내용을 서로에게 그대로 활용하면서 언어 습득에 가속도가 붙었다. 내가 노력해서 배운 언어로 현지인과 소통을 한다는 것은 신기하고 놀라운 경험이었다. 그게 재미있었기 때문에 룸메이트에게 세상의 모든 게 궁금한 어린아이처럼 계속 붙어서 물어봤다. "이 물건은 뭐라고 불러?", "내가 작문한 문장에 오류는 없어?", "식당에서 종업원을 부를 때는 어떻게 불러야 돼?"와 같이 사소한 질문들을 하고 수시로 내가 사용한 표현이 어색한지 등을 점검했다. 

 

노력의 결실인지 짧은 시간에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언어라는 것이 단순히 단어를 많이 안다고 해서 또는 문법을 안다고 해서 Native Speaker에 준하는 실력을 가지기는 힘든 부분이 있다. 언어는 관용적 측면 있어서 단어를 아는 것만으로는 명확한 해석이 되지 않을 수 있고, 듣고 말하는 부분은 반드시 일정 시간을 할애해야만 한다. 그러니 주기적으로 내뱉고 듣지 않으면 녹스는 것은 당연지사다. 중국어는 과거의 내가 열정을 갖고 적극적으로 배운 언어이기 때문에 큰 애착을 가지고 있지만,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까먹지 않기 위해 유지하고 있는 것이 고작인 것 같다. 마치 손에 있는 모래알을 빠져나가지 않게 꽉 쥐고 있는 것과 다름이 없을 것이다. 그렇지만 조금씩, 조금씩 감을 되찾고 더 나아가 평생 가지고 갈 취미로 가져가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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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없이 거듭되는 실패를 양분 삼아 한 걸음씩 나아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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